에릭 다이어(왼쪽), 라이언 세세뇽(이상 토트넘홋스퍼). 서형권 기자
에릭 다이어(왼쪽), 라이언 세세뇽(이상 토트넘홋스퍼).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홋스퍼 감독의 윙백 축구가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흔들었다. 아스널과 크리스털팰리스의 경기로 시작한 1라운드 일정 중 토트넘은 사우샘프턴전 4-1 대승으로 7경기가 진행된 현재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가장 큰 점수 차로 승리해 1위에 올랐다.

토트넘의 이날 승리가 의미 있는 이유는 4골이나 나왔는데 팀의 주 득점원인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득점은 없었다는 점이다. 일명 ‘손케 듀오’ 의존증 없이도 승리할 수 있는 팀,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으로 진화한 것이다. 더불어 올 여름 6명을 폭풍 영입했는데, 영입한 선수는 한 명도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이날 콘테호의 승리는 철저히 콘테 감독이 지난 7개월 간 토트넘 선수들을 훈련시킨 성과다. 이날 1골 1도움을 올린 데얀 쿨루셉스키가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으나,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좌우 윙백 라이언 세세뇽과 에메르송 로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세세뇽은 전반 21분 토트넘이 0-1로 끌려가던 상황에 쿨루셉스키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왼발 얼리 크로스를 문전 좌측 깊숙이 침투해 헤더 슈팅으로 마무리해 득점했다. 토트넘 입단 후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넣었다. 이 골이 토트넘의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4-1 대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에메르송 로얄(토트넘홋스퍼). 토트넘홋스퍼 트위터 캡처
에메르송 로얄(토트넘홋스퍼). 토트넘홋스퍼 트위터 캡처

 

콘테 감독의 스리백 전술은 윙백의 공격 가담이 핵심이다. ‘손케쿨’ 스리톱은 손흥민과 쿨루셉스키가 윙백과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케인이 1선과 2선을 오가며 9번과 10번 역할을 겸하는 멀티 포지션 축구다. 이전까지는 손흥민과 케인의 결정력에 필적할 파이널 서드 지역의 퀄리티가 부족했다. 세세뇽의 마무리 정확성과 판단력이 높아지면서 토트넘은 손흥민이 견제를 당해도 세세뇽이 득점할 수 있는 팀이 됐다.

후반 21분 이반 페리시치와 교체되기 전까지 세세뇽은 2차례 슈팅을 시도했다. 크로스 패스 4차례 시도는 하나도 연결되지 못했으나 경합 승률 50%, 공중볼 승리 100%를 기록했고, 두 차례 채클 성공, 두 차례 걷어내기 성공 등 전방 압박, 문전 수비 및 공격 가담 등 폭넓은 영향력을 보였다. 

로얄이 남긴 기록도 의미있다. 후반 18분 쿨루셉스키의 쐐기골을 과감한 오버래핑에 이은 침착한 패스로 도운 로얄은 후반 16분 손흥민의 스루 패스를 받아 문전 좌측에서 중앙으로 연결한 크로스로 사우샘프턴 수비수 모하메드 살리수의 자책골도 유도했다. 두 골에 직접 관여한 로얄은 쿨루셉스키와 자리를 바꿔가며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와 오른쪽 사이드 라인, 상대 박스 안과 수비 박스 안 등 세세뇽처럼 폭넓게 경기에 기여했다.

전반 21분 쿨루셉스키의 크로스에 이은 세세뇽의 헤더 득점도 우측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와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기점 패스를 받은 로얄이 쿨루셉스키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뒤 패스를 보낸 것이 연결 고리 역할이 됐다. 플레이 관여도가 매우 높았다. 

로얄은 8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2개의 키패스까지 기록하며 빌드업 과정에도 안정적으로 기여했고, 슈팅도 세 차례나 시도했으며, 두 차례 드리블 돌파 시도를 모두 성공하는 등 플레이의 정밀성이 높아졌다. 11번의 경합 중 7번 승리하며 볼을 따내는 과정도 좋았다. 수비적으로는 두 차례 걷어내기, 세 차례 태클 성공 및 한 차례 블로킹 성공 등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인 안정성을 유지했다.

손흥민. 서형권 기자
손흥민. 서형권 기자

맷 도허티가 지난 시즌 후반기 좌우 윙백 자리에서 모두 앞서간 모습이었으나 이날 세세뇽과 로얄이 보인 피지컬과 기술은 도허티가 몸 상태를 회복하더라도 누가 주전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손흥민과 케인이 대체로 중앙 전방 지역에서 비대칭 투톱처럼 움직이면서 좌우 윙백이 윙어, 쿨루셉스키가 측면의 플레이메이커처럼 뛰면서 토트넘은 공격 지역에서 상대 밀집 수비를 흔들기 위한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와 벤 데이비스가 3자 움직임으로 공격 깊숙이 가담하는 것도 특징이다.

새로 영입한 클레망 랑글레, 이브 비수마처럼 공격 능력이 더 뛰어난 선수들이 출전할 경우 공격 지역을 지배하는 토트넘의 퀄리티는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반전에 투입된 페리시치의 공격 능력, 이날 징계로 뛰지 못한 히샤를리송의 역동적인 공격 능력 등 토트넘은 4개 대회를 소화하면서 퀄리티를 유지할 선수층도 확보했다. 지난 시즌 4위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손흥민과 케인은 이날 득점을 올리지 못했으나 토트넘의 다른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보이면서 향후 둘에 대한 견제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다. 시즌이 진행되면 손케 듀오가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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